[2022.05.] '무심코 있는 나'를 경계하는 시간 _ 활동가 연구학교



'무심코 있는 나'를 경계하는 시간

-2022년 청소년 마을배움을 실천하는 활동가 연구학교를 마치며-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 활동가 이셋별




 # “당신의 매력이 무엇인지부터 연구해보세요.”


“당신의 매력이 무엇인지부터 연구해보세요.” 청소년 마을배움을 실천하는 활동가 연구학교의 첫 번째 주제 발표자가 받은 피드백이다. 그가 발표한 연구주제는 ‘청소년지도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연구’였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몹시 의아했다. 대학교육을 통해 논문작성 지도를 받았던 나는 논문에서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다. 누군가의 말과 글을 짜깁기하여 ‘그도 이렇게 말했으니, 나도 이렇게 말한다.’ 혹은 내가 적은 주장을 뒷받침할 전문가들의 글을 수두룩 찾아낸 다음에야 겨우 나의 한 문장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이렇듯 나의 온전한 시각과 주장이 담길 수 없는 것이 연구 논문이었고, 나는 전문가의 선행된 연구와 주장이 존재해야 객관성과 논리가 담보 된 논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의 매력’을 연구하라니, 그 수많은 주관적 관점과 서술들은 어떤 보충자료에서 논리적인 근거를 얻을 수 있지? 우리의 목표는 에세이가 아니라 연구인데, 이게 연구가 되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되는 참여자들의 주제발표와 심한기, 최혜자 선생님의 피드백을 통해 ‘활동가'를 위한 연구학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의문과 질문’으로 시작되는 연구

‘자신의 현장’에서부터 해석해내는 연구

‘만만하게’ 시작되어야 하는 연구 

결국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질문과 재해석 


이것이 활동경력 도합 반세기가 훌쩍 넘어가는 두 선배들이 베테랑 활동가이자 현장연구자로서는 이제 막 발을 들인 이들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 활동가에게 ‘나’로부터 시작되는 연구란 무엇일까


활동가 연구학교 1기 활동가들의 참여신청 동기와 연구주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현장에서 마주한 절망과 한계의 경험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활동의 목적과 지향이 길을 잃고,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는데 지친 활동가들이 ‘이게 맞나?’라는 괴로운 질문을 가지고 활동가 연구학교를 찾았다. 연구학교 신청서에 담긴 내용을 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 확장해야 하는 이유, 변화해야 하는 이유 등을 분석하고 타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를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생각과 고민이 공상, 분석, 묘사에 그치지 않고 기록되고 모아지고, 다른 기록들과 함께 전달되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설득하고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계획서, 만족도조사, 성과보고서를 넘어 좀 더 객관적이고 실용적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사업’을 분석하고 싶었던 참여자들은 공간민들레 김경옥,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 심한기, 마을예술네트워크 성낙경, 문화디자인자리 최혜자의 강의와 연구주제 발표 피드백을 통해 조금씩 변화했다. 그 변화에 가장 큰 부분은 ‘사업’이 아닌 활동가인 ‘나’를 분석하고, ‘나’의 시선과 고민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연구를 하기 위해 나에 대한 고민, 질문이 충분히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요를 충족시켜 가는 과정이 나의 궁리라는 것을 알았다."


강의를 통해 그리고 참여자간 토론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은 활동가들은 자신의 현장에서 유심히 경청하고 관찰하는 시선, 현상을 궁금해하는 자기 자신,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석하는 활동가 자신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은 연구학교 5-6회차에 발표한 연구주제와 졸업식 때 발표한 연구주제의 변화를 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청소년 마을배움을 실천하는 활동가 연구학교 연구주제 1차, 2차>

번호

이름

1차 주제발표(4.12, 4.19)

2차 주제발표(5.10)

1

김원익

내가 하는 예술교육이 청소년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예술교육을 통한 김원익 셀프 비평

2

김윤혁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의 활동을 통해 본 

청소년지도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연구

김윤혁다운 매력있는 청소년활동은 무엇인가

(청소년활동가가 가져야 할 매력탐구)

3

김은수

김은수의 2회차 계획에 필요한 연구 찾기

좀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엔터테이먼트를 기반해 볼까?

4

김준혁

품(숨)의 조직문화 탐구를 통해 현재에 맞는 조직문화 찾기

품(숨)의 조직문화 탐구를 통해 현재에 맞는 조직문화 찾기

5

박종호

성북문화재단 지역문화팀(협력거버넌스팀)을 좀 더 의미있고,

행복하고, 신나게 일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실행연구

(팀원 개인들의 배움과 성장은 부록이 되는)

좀 더 의미있고 행복하고 신나게 일하며 살고 싶은 

나(삐융, 박종호씨)와 만나기

6

서동학

태어난지 4개월된 D.Base!

청소년을 위한 시설로 나아가기 위한 차별화 전략과 역할 찾기

우리두리 모두가 행복한 D-Base만들기(실태 및 욕구조사)

7

신은실

부천시 고강동 지역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의 역할과 필요성

고리울청소년센터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꾸마마을’이 가지는 돌봄의 의미

8

윤태현

한국 발달장애인 배우의 예술적 주류화

지적장애인도 배우의 역할로 우리(비장애인)와 함께 

정식 무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9

이상현

청소년들에게 자기 시간인식이 삶에 어떻게 연결될까

청소년들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10

이새샘

마을활동(지역과 연결되는 주체적 활동)이 (교육복지)청소년에게 자기답게 살아가는데 긍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마을활동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11

임양지

내 안에 있는 인정욕구는 나의 청소년활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딩가동 1번지에서의 자기 성찰 경험에 대한 연구

12

전서희

고강동 청년활동이 지역의 공동체 문화와 

당사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활동가 서히, 제대로 마주하기: 고강동 청년활동을 중심으로

13

전찬혁

‘자기주도성’에 관한 구체화 연구

‘자기주도성’에 관한 구체화 연구

14

조은별

청소년활동가를 전문가로 정의할 수 있을까?

나의 현장에서 ‘금별’은 어떤 청소년활동가일까?


주제에 사용된 단어들을 보면, 1차 주제발표 때 ‘청소년지도사’, ‘조직’처럼 덩어리로 묶여있던 주체가 ‘김윤혁, 삐융, 서히, 금별’ 활동가 자기 자신으로 집중된다. 그리고 ‘부천시 고강동 지역’이 ‘고리울 청소년센터의 꾸마마을’로 좁혀진다. 이는 자신의 현장에서 고민과 질문이 일어나고 해석과 실천이 바로 작동될 수 있는 범위로 연구주제가 좁혀 진 것이다. 현장에서 무심코 흘려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읽고 해석할 수 있는 것들로 연구주제가 수정되었다.  현장에서 마주하고 있는 ‘사업’이 아니라, 그 사업을 만들고 움직이는 '나'로 시선이 옮겨졌다.



# 무심하게 살아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를 온전히 이해받는 시간이었다.”


연구학교를 찾아온 14명의 활동가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들이다. 그들은 반복되는 자신의 일에 관성대로 행동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노력한다. 올해 그 노력 중 하나가 연구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실무를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9주, 매번 4시간 이상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학교를 위해 뺀 시간 만큼의 일들을 다시 돌아가서 야근을 하며 바쁘게 처리했을 것이다. 매주 야근을 각오하고 연구학교를 찾은 이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 싶어서 이리도 열심히 했을까?

연구학교 첫번째 날의 문을 열어준 김경옥 선생님은 무심코 사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무심코 살지 않는 것은 생각하고, 질문하고, 의심하고,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고정불변으로 살면 편하겠지만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했다. 이 말에 모두 공감하며 웃었다. 첫날 이러한 경옥쌤의 강의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둘쨋날, 셋쨋날부터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학교 9회차의 출석률은 100%에 가깝고, 심지어 참여자 중 일부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도 줌을 통해 참여했다.


지극히 열심히 살고 있었던 14명의 활동가들은 강의를 통해, 특히 다른 활동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수많은 다른 것, 새로운 것, 충격, 자극 등을 받았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질문과 의문이 자꾸 생기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자신의 질문들이 일의 효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신의 소중함을, 그리고 나를 깨워주는 사람이 곁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과 문화디자인자리가 처음 시도한 활동가 연구학교는 이러한 사람들 덕에 ‘성공’이라고 자체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과 강사가 있더라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동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소용없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를 믿고 움직인 활동가들과 과정을 진행하며 그들을 읽으려 애쓴 우리의 태도와 노력이 각자의 현장에서 여전히 잘 작동되고 있다. 


졸업식까지 마친 연구학교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후속모임을 통해 우리의 고민과 질문들을 계속 이어갈 것이며, 용기 있게 심화과정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틈을 내어 올해 안에 연구를 진행시켜 결과를 낼 것이다. 그런 현장연구자들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지지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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