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을배움]짝꿍은 처음이에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 활동가 이셋별




#짝꿍이 처음 인 활동가 셋별

안녕하세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에서 올해 봄부터 활동 중인 셋별입니다. 숨에서의 활동을 시작하며 가장 저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것은 ‘짝꿍’이라는 역할이었습니다. 문화기획과 행정영역에서 주로 일하던 저에게 ‘청소년’이라는 대상은 그리 익숙하지는 않았어요. 문화재단에서 일하며 그리 길지 않은 프로젝트로 만난 청소년들과의 경험이 전부였지요. 짧았지만 반짝이고 예쁜 친구들과 함께하며 저는 나의 노력과 마음이 담긴 활동(노동)이 누군가에게 가치있고, 쓸모있을 수 있구나를 경험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사업대상이 아닌 나에게 새로운 시선과 배움을 선물하는 친구들로 바라보게되었어요. 그때 느낀 제 활동에 대한 뿌듯함과 어떤 것이라고 단어를 딱 고를 수 없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느낀 몽글거리는 감정의 힘으로 숨에서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올 봄, 저는 제 짝꿍이 될 친구들이 누가 될지 빨리 만나고 싶은 즐거운 기대와 함께 내가 짝꿍으로서 무엇을 해줘야할지를 걱정하며 두려워하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청소년분야를 전공하거나, 깊이 있게 공부하거나, 경험이 많지 않아 계속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죠.


# 환대, 올해는 그 하나에 집중하자

그런 저에게 용기와 힘이 된 것은 「십만원 프로젝트 가이드북」이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시도하고 실패할 권리를 위한 가이드북’ 가이드 북 표지에 있는 문구입니다. 청소년의 시도와 실패를 응원하는 십만원프로젝트의 메시지는 사실 어른인 짝꿍에게 전하는 응원이기도 합니다.

   "나도 짝꿍이 처음인데 실패할 수도 있지! 실패라도 해보기 위해서는 도전해봐야지!!"

이렇게 다짐하며 용기있는 척 했지만 사실 걱정이 가득해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십만원프로젝트가이드북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매력·환대·짝꿍·연결·너머·공유·주인공 7개의 키워드로 정리된 가이드북을 읽으며 ‘올해는 ‘환대’ 하나만 집중해서 잘해보자.' 이렇게 걱정으로 가득 찬 마음을 다독이며 짝꿍을 기다렸어요.

 

든든한 신뢰감과 안전함을 충분히 인식해야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그때부터 자기 주변에 대한 탐색과 질문이 시작될 것이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환대일 것이다. ’환대‘가 의도한 기획이라기보다 관계와 존재에 대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그 마음가짐을 중심으로 초반에는 태도의 토대를 다지는 시간이다. 그 토대의 첫 단추가 ’환대‘를 통해 일어난다. ’왜‘에 대해 재질문하며 본질적인 태도를 준비하고 기존과 다른 조건과 환경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해야 하는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의 전환, 선생님과 학생에서 함께 걸어갈 동반자로서의 전환, 잘하고 싶은 것에서 진정성 있게 하고 싶은 것으로의 전환 등.

- 십만원프로젝트 가이드북 부분발췌 (pp.49-50)



# '왜'를 계속 물어야 하는 이유

 올해 함께할 짝꿍들을 만나며, 가이드북에서 본 것처럼 '왜'를 계속해서 질문해보았어요.

 

“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가 뭐야?”

“이 실험을 하면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에 쓸 수 있어요. 근데 이 친구는 정시로 갈꺼라 이 활동이 필요없어요. 

학원선생님이 입시랑 관련없으면 하지말라고 했대요. 허락을 안해준대요.”

 


아이들의 일상은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입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어요.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와 학과 입시에 관련이 없다면 작은 활동도 마음대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 친구들의 일상이 슬펐습니다. 십만원프로젝트가 이 아이들의 자기 기획과 삶을 응원하는 도구가 아니라, 대학을 갈 때 어딘가 도움이 되는 한 줄로 끝이 나버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바빠도 짝꿍인 저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자기 이유가 분명 있을 것 같았어요. 가이드북에서 본 것처럼, 그리고 숨의 활동가들이 서로에게 묻는 것처럼. 끊임없이 '왜'를 질문해보았어요.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가기 전, 편하게 쉴 수도 있는 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마을배움터에와서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 친구의 진짜 마음은 어떤지, 궁금했거든요.


“너 이렇게 지금도 이렇게 바쁜데 십만원 프로젝트는 왜 하고 싶어? 진짜 하고 싶어? 

차분히 너의 생각을 글로 써볼래?” 

제 짝꿍이 사랑하는 마라탕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글쓰기 숙제를 주었습니다. 아래는 제 짝꿍의 글입니다.


처음에는 대학!! 이런 목표가 컸었다.

하지만 다양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형식적인 목표가 아닌 진짜 나를 위한 목표를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아직은 결론이 대학으로 간다. 우리가 진행할 프로젝트와 나의 목표를, 나의 관심사를 생각해보았다. 바쁜 생활에 내가 덜 지치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공부도 내가 하고픈 공부를 하고,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활동이 많아서 내 흥미에 맞게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내 흥미에 맞게 주도적으로 내가 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내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좋아하는 분야는 무엇이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사람들과 시간 날 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중략)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인 과학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해보고 싶다. 내 호기심을 이러한 나에 대한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과 공유하며 해결해나가고 싶다. 다양한 삶의 형태, 선택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 유아라

 

학원 때문에 주말까지 바쁘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잠시 틈을 내어 '나 이거 왜하지?'라는 생각을 톡톡 건들이는 것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그 대답을 천천히 기다리는 시간과 이유를 듣는 사람의 존재도 중요합니다. 몇 번의 짧은 대화로 '왜'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긴호흡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중한 십대의 시간이 '그냥'으로 끝나버리지 않도록 옆에서 질문하고, 그 아이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단어에 집중하다보면 그 아이를, 사람을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짝꿍의 역할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짝꿍으로 만난 친구들에게 뭔가를 더 해주려 노력하기보다는 질문하고 기다리는 것, 그 아이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것. 저는 올해 그 노력에 집중하려 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십만원 프로젝트 활동]

올해 제 짝꿍은 총 8명, 4팀입니다. 그 중 두 팀이 과학실험을 주제로 합니다. 학교에서 모두 다 함께하는 실험이 아닌 자신이 해보고 싶은 실험을 하고 싶어하는 제 짝꿍을 따라 효문고등학교 과학실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진통제 아스피린은 세계 최초의 합성의약품이라고 합니다.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는 제 짝꿍은 그 실험을 직접해보고, 이 약이 어떤 실험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약국에서 사먹는 여러 종류의 진통제에는 어떤 차이점들이 있는지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해요. 평소에는 이 얘기, 저 얘기 이야기로 널을 뛰던 친구가 실험할때는 조용히 집중하네요. 학교에서 만난 짝꿍의 모습은 또 다르게 느껴지네요 :) 진지하게 실험하는 제 예쁜 짝꿍들의 모습으로 일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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