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1부. 마을배움터의 BI는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BI 비틀어보기!

BI가 가지는 고유의 기능과 특성이 있습니다. 기관(단체)의 이미지를 통합하여 간결하고 깔끔하게 표현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대부분의 기관(단체)은 BI를 디자인 전문 업체에 맡겨 제작합니다. 의뢰할 수 있는 사업비가 있으니, 더 전문영역에 맡기자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익숙하게 해오던 일에 ‘왜’라는 질문은 무뎌지게 마련입니다. ‘왜’라는 질문이 무뎌지는 순간 과정은 답습되며, 과정의 답습은 결과의 답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8년 민간의 힘이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한 품은, BI를 왜 만들어야 할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질문을 던지며 비틀어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간결함과 깔끔함이 최선이 아닌, 조금 촌스럽고 투박하더라도 이야기가 담긴 BI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꿈틀대며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갈 앞으로의 마을을 상상하며, 어떤 마음과 태도를 마을과 사람들의 과정을 녹여낼 것인지 등이 BI에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마을배움터의 문화가 BI에 표현되고, BI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마을배움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린 초상화

자기 스스로 그린 초상화, 그것을 우리는 자화상이라 부릅니다. 자화상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내면을 그 어떤 그림보다 올곧이 담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지성. 품의 활동가였고 지금은 이야기 공방 첫 장에서 아이들과 글 쓰는 작업을 하는 청년입니다.

이지성의 그림에는 동글동글한 편안함이 있고, 일상 같은 따뜻한 감성이 있습니다.

유행하는 디자인처럼 세련되진 않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과 눈에 익는 친근함이 담겨 있어, 그 감성이 마을배움터의 감성과 맞닿았습니다.

디자인이 아닌 스토리를 담아내는 그림, 마을배움터의 내면을 올곧게 담아내는 그림. BI라기보다 마을배움터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사람.

우리는 많은 고민 없이 이지성을 초상화를 그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초대했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계절에 첫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느낌, 색채, BI에 담길 스토리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었고, 이후에도 몇 차례 생각과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러나, BI라는 틀을 깨는 것이 서로에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첫 시안을 보고 난 후, 우리는 2차 회의를 진행했고, 서로 다듬었으면 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로고 이미지

“지성아 이런 느낌이야. 둥글둥글하고 따뜻한”

“컴퓨터로 작업 하지 말고, 그냥 거친 붓 느낌과 색연필 느낌을 살려 보자”

어렵게 만든 작품은 물거품이 되었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이지나 벚꽃 잎이 흩날리는 봄의 계절에 찾아온 두 번째 마을배움터 BI는 이지성 다움이 더해졌고,

이지성 다움은 마을배움터가 지향하는 배움터다움과 통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운겨울로 시작해, 꽃잎 흩날리는 3월쯤 마무리가 되었으니 느리고 더딘 과정이었습니다. 업체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에는 이야기가 담기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더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마을배움터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속도 또한 느리고 더딜 것이지만, 스스로의 이야기와 함께의 이야기는 지금 마을배움터의 BI처럼 자기만의 무늬를 만들며 성장할 거라고 믿습니다.

[2부. 우리의 자화상을 소개 합니다]

마을배움터의 CI는 우리가 그리는 꿈의 이미지입니다.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봄에는 싹이 트고 꽃이 피며, 여름에는 푸르른 나뭇잎이 무성하게 가지를 뻗습니다.

가을에는 열매를 맺고, 겨울에는 다시 돌아올 봄을 준비하는 쉼의 시간을 갖습니다. 나무 옆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유롭고 편안해 보입니다. 책을 읽으며 바람을 느끼고, 햇볕을 느끼며 책 너머의 생각과 삶에 대한 사유를 시작합니다.

사계절 변화하는 나무

마을배움터 CI는 사계절이 담겼습니다.

땅에 뿌린 내린 나무가, 바람과 비를 맞고 햇볕을 맞으며 한해, 두해 자라납니다.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었다가, 다시 잎을 떨구고 시린 겨울을 이겨냅니다.

이렇게 일년의 순환(봄, 여름, 가을)을 온전히 살아내면 나무는 보이지 않게 한뼘씩 자라나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와~ 이만큼 자랐구나’ 느끼게 되는 날이 오게 됩니다.

성장이 빠른 나무도 있고, 더딘 나무도 있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자라난 나무는 함께 모여 숲이 됩니다. 숲에서는 이 땅의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갑니다. 스스로 존재하면서도 함께 존재하는 숲.

그 숲을 이루는 곳이 마을배움터이기를 바랐습니다.

나무가 비, 바람 햇볕을 맞으며 성장하듯, 사람들의 삶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상호 성장해 갑니다. 나무의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듯, 사람의 성장도 눈에 보이지 않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뜻하기도 시리기도 한 계절들을 온전히 살아내야 나무에 나이테가 만들어지듯, 사람들의 삶에도 자신만의 무늬가 만들어 집니다.

지난 한 세월의 반복을 무수히 경험하면서도 나무는 또 다시 새로운 꽃과 잎을 내립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힘으로, 서로에게 배우는 경험치로, 따뜻한 눈빛으로 우리 또한 매해 반복되는 삶속에서도 새롭게 살아가려 힘을 내 봅니다.

함께 이기에 가능한 숲처럼, 함께이기에 가능한 마을에서의 배움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존재 이유들로 존재하는 숲처럼, 마을의 배움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무 그리고 아이

마을배움터 CI에는 아이들이 나무 밑에서 편안하게 각자의 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닫힌 공간이 아닌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마음대로 널브러져 자기가 살아갈 삶을 상상합니다.

아이가 마주한 세상은 마을입니다. 딱딱한 평면의 공간이 아닌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에서 아이는 스스로의 속도로 배움을 실현해 갑니다.

비단 아이 뿐 아닙니다. 배움 앞에서 우리 모두는 아이이기에, 아이 같은 마음으로 배움 앞에 마주섭니다.

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배움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서로가 가지는 존재의 의미를 찾아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꿈꿉니다.

그것이 마을배움터가 지향하는 마을의 상이고,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세상입니다.

마을배움터 로고 이미지

[3부. 나무를 공부합니다]

마을배움터를 나무로 표현하자는 이야기에 배움터 식구들은 모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무가 가지는 이미지, 그리고 나무를 통해 우리가 느꼈던 온도가 서로 다르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나무가 존재하듯, 그리고 바람과 햇볕과 비와 주변의 모습들로 나무의 모습이 계속 변화하듯, CI의 나무도 조금씩 변하고 그 의미도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실천할 수 있듯, 우리 또한 마을배움터로 표현되는 나무를 공부해 보자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나무를, 누군가는 숲을 공부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합니다.

그 생각들이 마을배움터와는 또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를 상상하며, 사유를 멈추지 않는 마을배움터가 되려합니다.

[epillog]

이야기가 되어준 사람들, 이야기를 만들어갈 사람들,

“이 작업을 하며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일과 비슷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처음 배움터 로고를 의뢰받았을 때 제 머릿속엔 ‘로고는 이래야 해!(간단 명료 등등)!’ 라는 틀이 있었습니다. 사실 원래 그래야 하는 건 없는데 말입니다.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니, 담고 싶은 느낌이 좀 더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그 느낌은 나의 색깔이자, 품(마을배움터)이 ’나‘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배움터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재미있고 또 다른 이에겐 촌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에겐 따뜻함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원래 그런 로고’, ‘로고다운 로고’는 아닐 거 같습니다.

이 도안을 보고 배움터를 생각하며 저마다의 즐거움과 다양한 상상이 나뉘길 바랍니다. ”

- 이지성 -

인간의 세포는 분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을배움터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만들어 내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배움터의 CI는 단순한 이미지만이 아닌 마을배움터를 구성하는 이야기 세포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함께 이야기가 되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특히, 뱃속에 아이를 품고, 손으로 작업한 CI를 일러스트로 작업해준 최샛별님에게도 큰 감사를 전합니다.

샛별님은 품에서 청년 활동하며 자라, 얼마 전 결혼한 김태경님의 아내입니다. 마을배움터의 일이라니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지요.

함께 살아간 삶의 시간은 이렇게 서로에게 보답이 되어갑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을배움터의 또하나의 BI !
마을배움터 전경 이미지

마을배움터의 간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또 하나의 BI! 동네 예술가 산체스가 만들어 준 BI입니다. 처음부터 또 다른 BI를 만들려고 산체스를 만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을배움터 내·외부의 페인트 색을 선택하는게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동네에서 같이 작업해 줄 예술가를 찾다, 산체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마을배움터 건물을 둘려보며 색을 함께 골랐고, 산체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친김에 마을배움터 간판도 조금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 과정을 산체스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마을배움터의 BI가 마을배움터를 서사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간판으로 만들기에는 조금 더 단순한 표현이 필요한 듯 싶어요”

마을배움터 다양한 로고 도안 이미지 마을배움터 다양한 로고 도안 이미지

다양한 도안 중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끈 하나의 도안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도안을 중심으로 간판 설계를 시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면서 또 하나의 CI가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품의 활동가 이지성, 그리고 동네 청년 예술가 산체스가 그렇듯이 마을배움터의 자화상은 결과보다는 관계와 과정을 더 좋아합니다.

결국 따뜻한 인연과 관계 그리고 작업들은 세련됨을 넘어서는 향기와 느낌을 전해줍니다.

마을배움터 로고 도안 이미지 마을배움터 로고 도안 이미지

꼭 하나여야 할 필요도.

꼭 단순해야 할 필요도.

꼭 이래야 할 필요도 없는 일 앞에 우리는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어 ‘표준화’ 시켰던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조금 어색 할 수도, 그 기능을 다 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러해야 함 보다, 그럴 수도 있음을 더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작은 단체의 CI설명이 왜 이리도 길고 장황하냐? 라고 흉을 보시는 분도 있겠지요.

마을배움터의 CI는 외형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사람과 일의 지향을 담은 얼굴이기에 되도록 소중한 과정들을 담아보고

전해보려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의 마음임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자화상....

마음에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