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짓공유
청소년마을배움
2020 청소년 마을배움 요즘의 이야기 2020.09.18

재난은 선물이지 않을까.

 

웹진이 한동안 나가지 못했다. 웹진이 나가지 못했다는 것, 무언가 글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 지금 현재의 나를 그리고 우리들의 지난 몇 개월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만큼 혼란스러웠고, 그만큼 그대로 멈춰서 정부의 지침대로 움직이기만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베트남 출신 승려가 한 말이 떠올랐다.

 

오래전 나는 폐에서 피가 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나는 수시로 피를 뱉어야만 했다. 그런 폐를 가지고 숨 쉬는 것은 무척 힘들었고, 숨 쉬는 동안 행복해지는 것도 어려웠다. 치료 후 폐가 완치되었고 호흡이 훨씬 나아졌다. 지금 숨을 쉬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폐가 세균에 감염되었던 때를 기억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쉬는 매번의 숨마다 너무 맛있고, 너무 좋다.”

 

승려의 이야기 속에서 코로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말을 걸며 질문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야 지구인들아, (코로나)를 재난으로 여기고 박멸해야 하는 바이러스로만 보고 넘길것이냐? 아니면 내가(코로나) 요구하고 전하는 이야기에 답해가며 이후에 바이러스 때를 기억하고 맛있는 숨을 쉬어 갈 거냐? 선택해라라고..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알고 있었고 느끼고 있었던 것들이 코로나 덕분에제대로 마주하며 새로운 전환의 필요를 느끼고 있다. 코로나 이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는 없다. 이미 수많은 시그널들이 있었고, 병들고 있었다. 우리 삶 속에 이미 있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이 재난이 던지는 메시지를 선물처럼 받아들이며 반갑게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멈춰서서 뼈 아프게 재질문하며 성찰하고, 학습하고 실천하며 지금-여기를 더 잘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

 

더 귀하고 더 제대로 연결되기! 

아이들을 만나는 건 서로의 삶에 관여하고 함께 살아가는 맛을 서로 배워가는 것이라 생각했던 터라 코로나 상황은 그 이유를 실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연결되어졌다. 대면 비대면, 흑과 백과 같이 이분법적으로 만나지 못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된 것이다. 그간 서로가 연결되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이 쌓일만큼 쌓이니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피할 수 없어 온라인으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나갔다. 낯선 온라인 만남을 위해 새로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알아보고 구입했고, 온라인 만남이 가능하기 위한 아이들의 환경도 파악해야 했다.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집중력을 끌고 가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고민하기도 했다. 다양한 카메라 화면 전환을 고민하고, 영상을 만들어 중간에 집어넣고,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삽입했다.

 


하지만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하니 우리는 아이들을 왜 만나는가에 대한 본질을 순간 순간 잃어버리곤 했다.  습득과 지식 중심의 배움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온라인에서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감각들이 너무 헛헛했다. 관계를 중심으로 경험과 활동을 통해 풀어지는 마을배움은 정규 수업시간과 같이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밥을 함께 해먹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작당모의를 하고, 처음 보는 낯선 상황에서 함께 해보기도 하는 등의 수업시간 이외에도 이루어져야 한다. 규격화된 형태는 교육은 가능해도 배움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단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닿아 기대기도 하고 함께 서기도 하며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힘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더 제대로 만나자였다. 한 번의 만남이 훨씬 귀했고, 모니터로 연결되지만 어느 때보다 제대로 연결되고자 했다.

 

#. 프로젝트보다 안부를 건네기

생존을 이야기하는 이 시점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입시였다. 코로나 이전에도 교육의 주인인 아이들의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 현실에 코로나 상황에서 더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마스크를 쓰며 학교를 등교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잠시 멈춰 생각해본다. ‘이런 상황에도 나는 대학을 위해 멈출 수 없구나’, ‘밖에 자유롭게 나가 갈 곳은 없지만 나는 이 시기를 기회 삼아 더 공부해야겠구나코로나 상황이 아이들에게 주는 생각은 이런 와중에도 나는 입시준비여야 한다는 메시지만을 주고 있지 않을까.

 

방에서 온클을 틀고 페메를 하고 유튜브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노래방과 피시방을 가지 못해 아쉽다는 말 속에 담긴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이와중에도 시험준비와 학원숙제를 해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매일 배달음식만 먹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달나라로 날아가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느 때보다 귀하게 듣고 제대로 듣고자 했다. 약속한 시간에 zoom을 키고 아이들을 만났고, 함께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보다 안부를 건네고 일상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다. 아이들의 일상은 날이 갈수록 생활패턴은 갈수록 무너졌고 하루종일 방 천장을 바라보며 유튜브를 보는 하루가 늘어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말했다.

"방에서 누워만 있기 하지만 저는 요즘 어느때 보다 편안해요.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거나 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냥 효과적으로 역할을 나눠서 일처리를 할 때 말고는 혼자 있는게 나아요. 별로 외롭지 않아요. 사람이랑 엮이면서 받는 스트레스 보다 혼자 있는게 훨씬 나아요. 가족애 같은 것도 없어요. 그냥 혼자가 좋아요. 그래서 그런지 불필요하거나 저를 힘들게 하는 관계가 있자면 그냥 잘라내곤 했어요. 누군가는 저를 비난하긴 하지만 저는 제 모습이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아요. 저를 위한 선택이니까요. 코로나가 나쁘지만은 않네요

 

모니터 화면 넘어 이 친구의 차가운 눈빛과 말투 속에 담긴 삶의 태도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루 온종일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말하고 싶을 때 말하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하루가 늘어나고 있는 이 친구의 일상과 쉽게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좋고 나의 방식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태도를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해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님 다른 방향으로 끌어내야 하는 것일까. 하고 싶은 대로 다해 라고 말하는 것은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방관이자 방임이란 생각에 순간 너무 많은 고민이 들었다. 결국 나의 선택은 관계 안에서 희망을 발견해본 적 없는 듯한 차가움을 끌어 안아보는 것 이외엔 별다른 걸 건네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믿어주겠다고, ‘편안하지 않고 평온했음 좋겠다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넬 뿐이었다. 이 친구의 옅은 미소를 보며 zoom을 마무리했다.

 

 

#. 조건없는 사랑이 필요한 지금.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터치 한번이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요즘,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진정한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아이들은 코로나로 한 걸음 더 주변인들과 단절이 익숙해지고 있다. 혼자여서 효율적인 일상, 혼자여서 편안한 일상, 혼자여도 놀거리가 넘쳐나는 일상은 진정한 편안함과 자유가 아님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우리는 서로에게 닿아 에너지를 주고 받을 때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있다.

 

이 친구 뿐만 아니라 요즘 zoom으로 아이들을 만나 나누는 대화 속에서 어딘가에 자신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차갑게 동동 떠다니고 있는 모습을 자주 마주한다. 십대와 무중력이라는 언어가 연결되었던게 이런 건가 싶다. 삶 속에서 관계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은 삶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과도 같다. 깊은 애정을 받고 신뢰를 받은 자만이 그러한 애정과 신뢰를 나누며 뜨겁게 살아갈 수 있기에 우리는 아이들과 만나지 못해도 연결되어 있음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보아야 한다. 코로나가 건네는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이제는 더 서로를 애정하고 연민하며 서로에게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이 아닐까.

 

 


 

[선물을 보내는 모습, 아이들이 보낸 카톡과 사진]

 

그렇게 깊어지는 고민 끝에 정성스러운 편지와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기록해볼 수 있는 몇가지 선물을 아이들에게 보냈다. 뿐만 아니라 배움터 활동가들은 모두 3명 이상 십대 짝꿍이 있다. 각자 짝꿍들과 만나지 못하니 일상적으로 서로 교환하는 무언가를 해보고 있다. 매일 매일 서로에게 질문을 하고 정성스럽게 답해보는 이도 있고, 어른들에게 해보고 싶은 질문을 모아보기도 하고, 단 둘이 책모임을 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활동가들은 질문을 무엇을 할까도 고민하지만, 한 친구의 일상을 곰곰이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고 함께 서기도 하며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서로를 사랑하는 그 온도를 따듯하게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