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짓공유
동북사구 활동가 성장과 연대
[2019 여행기획학교_숨 ①] 여행학교 '숨' 첫 '숨' 잘 쉬었습니다 2020.06.18

 

# 숨을 쉬는 쉼이 필요했던 활동가들

" 동북사구에서 활동가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신념과 가치, 지역사회 변화에 대한 영향, 활동의 지속성과 필요성에는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활동의 어려움에서 나타나는 부족한 실천역량과 한계, 개인의 성장과 쉼의 부족, 조직 내 소통 부족, 동료애의 부족 등과도 연결된다. 활동의 가치와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개인의 성장과 만족감도 높아질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다.”

- 동북권역 마을배움터의 기본 설계를 위한 욕구조사 보고서-

작년 한해 마을배움터 활동을 하면서 마을배움을 실천하는 활동가들을 참 많이 만났다. 마을에서의 배움을 함께 고민하자며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 고민의 시작 전 활동가 개인의 삶, 욕망하는 삶이 없음이 느껴졌다. 활동만을 위한 활동 안에서 활동가 스스로가 가야할 방향을 잃어버린 채, 계속되는 공모사업 안에서 소비되고 지쳐있이 많음을 느꼈다.

마을이 자본주의로 생겨난 다양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기조아래 각종 사업들이 마을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연결선상으로 활동가들도 양적으로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행정과 지역은 그들의 성장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활동가들은 계속 바빴고, 왜 내가 이 활동을 해야하는지? 어떤 사유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들을 거세 당했다. 그들이 활동을 해내는 과정과 가치에 중심을 두기보다, 활동을 해내는 결과에만 집중했다.

그 지침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 또한 강했다. 활동가들은 스스로에게 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활동을 멈추고 마주하는 쉼을 말 하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가기 위해 항상 공기를 마시는 일처럼 내가 의미 있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무언가를 일상 안에서 채워가는 ‘숨’을 ‘ 쉬는’ 쉼이 필요하다고 했다.

 

# ‘숨’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숨이라는 이름으로 여행학교를 시작해 보고자 했다.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었다. 활동가를 위한 활동을 만들고 싶었다. 공지를 내고, 신청자를 기다렸다. 누가 신청 할까 고민도 했는데, 모집인원 대비 신청한 활동가가 많음에 깜짝 놀랐다. 진한 과정을 소수의 인원과 만들어 가는 것이 여행학교의 방향이기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전화인터뷰를 통한 선발과정을 거쳤다. 30~40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활동가 들이 갖고 있는 여행에 대한 욕망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여행이 주는 힘이 무엇일까? 전화하는 내내 다시 그 질문이 내 안으로 들어 왔다.  

 

전화인터뷰에서 ‘숨’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하는 활동가들의 말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그들 모두와 함께 할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이 컸다. 산고의 논의 끝에, 고민의 고민 끝에 10명을 선정하게 되었고, 그들과의 여행 준비를 마주 할 날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설레게 만남을 기다렸다.  

 

# 첫만남. 행사가 아닌, 소중한 만남으로.  

 

함께 하는 활동가 10명을 위해 마을배움터 활동가가 총 출동했다. 집에 있던 와인 잔을 끌어 모았고, 아끼던 천도 꺼내 왔다. 좋아할만한 음식이 뭘까 고민하며 다양하게 준비하고 예쁜 접시에 담았다. 잘 준비해야지 하는 마음 때문인지 시간은 가고 준비는 더뎠다. 오시는 활동가 샘들을 여유 있는 마음으로 마주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이 만남에 우리는 마음을 쏟았다.  

 

 

한분 한분 전화인터뷰 당시 느꼈던 마음을 적어보았다 

 

“ 성희. 오늘 행사가 아닌 소중한 만남으로 준비하자 ” 

 

당일날 아침 심샘이 전해주신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 맴도는 말 덕분에 활동가 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첫 만남을 준비하면서도 우리는 계속 행사로써 만나지 말자고 했다. 방식을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가 어떤 태도로 활동가를 만나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 했다. 숨을 쉬어보고 싶다던 그들과의 첫 만남의 여행은 어떠해야 할까? 다시 고민했다. 그래서 중간에 장소도 바뀌었다. 그 마음을 좀 더 깊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편안히 음식을 나눴다. 6명의 마을배움터 활동가들도 편안하게 그 자리를 함께 했다. 서로의 소개를 나눴고, 그 소개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고민과 마음이 느껴졌다.  

 

서로의 이야기를 천천히 나누는 시간. 두 자녀의 3수를 지켜보며 지쳤던 엄마 활동가, 다섯 아이의 엄마 활동가, 큰아들(남편)의 눈치를 보며 나온 엄마 활동가, 등등 다들 개인의 욕망으로 살기보단 누군가의 누구, 무언가의 무엇으로 살아온 삶이 컸다. 활동 또한 개인이 좋아 시작했지만 가끔 지치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다. 그래서 우선 그 삶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응원해 주고 싶었다.  

 

품 활동가 한 명 한 명이 미리 정해 온 짝꿍 활동가들에게 다가가 응원의 말을 전했다. 오늘만나 잘 모르지만, 그래도 눈이 닿고 마음이 닿으니 전하고 싶은 말들이 떠오른다. 한분 한분의 이야기, 그 삶의 길목에 지금 이 순간이 맞아 서로가 만났다. 소중했다. 그리고 꽃과 함께 앞으로 공부할 책을 정성스레 포장해서 선물로 드렸다.  

 

 

 

“누군가를 위해 판을 깔아보기만 했지, 내가 이렇게 환대받고 존중받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토록 아름다운 만남에 제가 정말 어떻게 자격을 얻었나 생각 많이 하게 됩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들이 존중받고 환대 받는 자리는 왜 없었을까? 이렇게 귀한 일 하는 사람들이 귀하게 성장하는 자리를 우리는 함께 고민하지 못했을까? 왜 모두 역량강화라는 말로 그들의 활동만 성장하는 것에 집중 했을까? 사람의 성장에 진정 필요한건 뭘까? 우리가 ‘활동가 교육’이라 일컫는 말에 다른 시선과 생각들을 던져봐야 할 이유다.  

 

# 여행하는 영혼을 위하여..

그래서 여행학교 숨은 지극히 개인의 욕망에 집중하려 한다. 여행학교 ‘숨’의 첫모임을 준비하며 초대하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정의에 갇히지 말자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귀하게 이 자리에 온 활동가들에게도 어떤 의도를 내비치거 혹은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이곳에 오지 말고, 오로지 스스로의 욕망으로 선택하고 여행의 과정을 만들어 가길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전한 메시지가 바로 다중정체성이다.  

 

 

다중정체성 

 

‘자녀, 배우자, 부모, 직장, 사회 국가 또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의무와 책임과 평가에 대해서 탐색과 저항’ 

 

‘숨겨진 영혼의 욕망과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가치를 찾아가는 삶의 여행‘ 

지금의 나는 내가 아는 전부가 아닐 것이다. 내가 바라보지 못한 반대편 저 너머에는 또 다른 내가 나를 반기고 있을 것이다. 여행이 그 다양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고 편안하게 마주 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 여행하는 영혼을 위하여.  

 

#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여행은 돌아와서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그 훌륭한 돌아옴을 위해 여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성찰해야 한다. 여행이 만약 삶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품고 있다면,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한, 그 여행의 가능성에 매달려 볼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은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 정지우,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중-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여행학교에서 함께 읽을 책이다. 스스로의 여행에게 묻는 것부터 여행학교가 시작되었으면 했다. 

 

‘의미 있는 삶’을 깊게 고민하며 살아갔던 적이 있었다. 내 일상의 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내고 있음에도 내가 하는 일이 스스로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아 삶이 헛헛하게 느껴졌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 때, 여행을 만났다. 품과 네팔 히말라야를 여행하며 내 일상을 돌아봤고, 돌아본 일상을 노트에 끊임없이 적었다. 함께 여행을 간 사람들은 나의 삶을 궁금해 하며 물어봐 줬다. 그 질문 덕분에 나는 내 삶을 고민하는 힘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 온 일상에서 나는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아름다운 방황을 시작했고, 지금도 그 방황을 기분 좋게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의미를 찾아 나서며 만난 히말라야 여행을 통해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그 여행을 통해 이제는 내 일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겼고, 그렇기에 이제는 헛헛함이 아닌, 단단함으로 내 삶과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잔잔한 파장이 계속 내게 일렁임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이 무엇이길래 ‘숨’의 과정에 10명의 선생님들은 발을 내 딛으셨을까?  

 

여행은 떠나옴이 아니라 돌아옴이라는 말이 기억난다. 떠나는 비행기(차) 안이 아닌 돌아오는 비행기(차) 안이 더 행복 해 질 수 있도록, 정지우 작가의 말처럼 여행을 다시 성찰하는 공부를 천천히 서로 응원하며 만들어 가면 좋겠다. 첫 숨 참 잘 쉰 것 같다. ^^

# 앞으로의 여행학교는?

여행학교는 올해 한달에 두번씩 만나기로 했다.(중간에 방학이 있지만 ^-^) 스스로 직접 여행을 기획하고 떠나보고,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만들어 가보려 한다. 짜놓은 커리큘럼도 없다. 여행을 어떤 형태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상도 없다. 마을배움터가 끌고가는 여행학교 '숨'이 아니라 참여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만들어 가려 한다. 스스로 피어나는 감동과 의미를 참여자들과 함께 찾아가 보려 한다. 스스로 계속 자신에게 질문하며, 글쓰며 자기 존재의 힘을 재미있게 찾아가 보려고 한다. 활동가들에게 정말 필요한게 무엇인지, 여행학교를 통해서 활동가들에게 진정 필요한게 무엇인지도 발견하고 그 과정도 함께 공유해 보고 싶다. 그러나 숨쉬듯 편안하게 해가려고 한다. 우린 숨학교니깐 ^^